우공이산
-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언젠가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세상은 그들이 생각하는
만족스러운 미래가 사실은
이상화된 과거로
회귀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 로버트슨 데이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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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소개팅 주선자가 썩 좋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아는 형이랑 소개팅하라고 해서 나간 제가 잘못...
오뉴월에 종로에서 만났는데 하늘하늘한 흰색 치마를 입었습니다...
날도 더운데 저쪽에서 회색 ㅈ 끼니 진을 입은 사람이 절뚝이며 오더군요... ㅠㅠㅠㅠ
취미가 산악자전거인데 타다가 다치셔서 반깁스했는데 오늘 소개팅 때문에 풀고 나오셨답니다...
다리가 그렇게 아픈데 어떻게 그 바지를 끼워 넣으셨는지도 신기하고... 사실 이때부터 너무 마음에 안 들었음 ㅠㅠㅠ
뭐 먹을까 해서 저는 다 잘 먹는다고 그쪽 분은 뭐 드시고 싶냐고 여쭸더니 자기는 국물이 당긴다면서 자길 따라오라더니 골목을 굽이굽이 들어가더니 부대찌개 집으로 들어가더군요. -ㅅ-
그러더니 조심성 없이 건더기를 앞접시에 덜더니
기어코 빨간 국물이 제 흰 치마에 튀면 아오
미간 찌푸리면서 급한 대로 휴지에 물 묻혀서 황급히 닦으려는데 '내가 닦아줄 게 내가!!' 하더니 이 미친놈이 제 자리로 건너와서는 제 허벅지를 덥석 잡고는 휴지를 뺏어서 제 허벅지에 문지르기 시작 찌가
그래서 손 쳐내면서 하지 말라고 제가 닦겠다고 하고는 밥맛 뚝 떨어져서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옴
나와서 어디 갈까 하고 있길래 저는 그냥 집에 가겠다고 했더니 날도 좋은데 청계천 벤치에서 잠시만 앉아서 얘기하다가 가자고 하더군요.
싫었지만, 같이 커피 마시며 앉아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두고 오기에도 좀 그래서 나란히 앉음
별로 얘기할 기분도 아니어서 멀뚱히 있었더니
날씨 좋니 어쩌니 하는 중에 꼬마들이 후다닥 하면서 놀고 있길래 '네 애들 귀엽네요. ㅋㅋㅋ' 했더니
아이 몇 낳고 싶냐길래 '글쎄요 둘 정도?'이랬더니
'내 애 낳을래?' 시전 크크크
정확한 말은 기억이 안 나는데 내 애를 낳아도 뭐 이딴 말이었음
머리 쪽으로 화가 차오르며 더 이상 참지 못하겠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엉거주춤 따라 일어나길래 그냥 냅다 뛰기 시작함 크크크 큐
다리 다쳐서 못 쫓아오실 것 같아서 ㅋㅋㅋ
근데 진짜 공포 영화처럼 절뚝거리며 계속 따라오시더군요. ㅠㅠㅠ 진짜 공포
어디에선가 따돌리기 성공해서 핸드폰 꺼냈더니 부재중 와 있길래 숨 고르며 핸드폰 꺼내서 차단 박음..
근데 그 이후로도 계속 포기하지 않고 번호 숨기고
전화하고 공중전화로도 전화하고 막 그래서 ㅠㅠㅠ
남사친 만나서 전화 받게 해서 한 번만 더 전화하면 신고할 거라고 얘기했더니 그 이후론 안 오더군요. ㅠㅠㅠ